딸13살, 아이의 성장과 함께 완성된 가방 |마지막일지도 모를, 올해의 가방

초등학교 3학년이던 해,
딸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핸드폰 가방을 떠줬다.

 

코바늘도, 뜨개질도 서툴렀지만
엄마, 너무 예뻐요!”라고 말하며

 

어깨에 메어주던 딸아이의 환한 미소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해마다 한 개씩,
올해로 벌써 네 개째 핸드폰 가방을 완성했다. 🧶

 

 


 

처음 바늘을 잡은 건,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그 해, 딸은 핸드폰을 세 번이나 잃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했다.

“엄마, 옆으로 멜 수 있는 가방이 필요해요.”

 

 

그 말은 마치,
아이 마음속에 쌓인 작은 고민을
조금씩 풀어놓는 듯한 속삭임이었다. 

 

놀이터에 다녀오면
안경, 핸드폰, 가방까지 두고 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어떤 날은 그물망 위에 안경이 조심스럽게 얹혀 있었고,
또 어떤 날은 가방이 미끄럼틀 옆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핸드폰을 세 번째로 잃어버린 날,
나는 아이 손에 다시 새것을 쥐여주며 다짐했다.

‘그래, 아이만을 위한 작은 가방을 만들어주자.’ 💭

 

 

 

요즘 세상엔 예쁘고 실용적인 가방이 참 많다.
검색 몇 번이면 세련된 디자인에 기능까지 갖춘
완벽한 가방들이 화면 속에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에게 ‘내 손으로 만든 선물’을 주고 싶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어딘가 서툴고 투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그런 가방을. 💝

코바늘을 처음 잡고, 유튜브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밤이 깊도록 뜨고 또 뜨며 완성한
연분홍 색상의 작은 크로스백. 

마감은 엉성하고
무늬는 살짝 어긋나 있었지만,
딸아이는 그걸 손에 들자마자
세상 가장 귀한 보물처럼 어깨에 살포시 걸쳤다.

 

 

“엄마가 만들어준 거야. 엄마 참 잘 뜬다” 😊

 

 

그 한 마디는
내 가슴 깊은 곳에 조용히 내려앉아
얼굴을 붉히고,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서툰 손끝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아이는 전보다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가방에 넣어야 할 물건도 늘어났다.

친구들과 놀러 나갈 땐
핸드폰, 포켓몬 카드, 줄넘기, 작은 인형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기느라
가방은 늘 불룩하게 부풀었다. 💨

 

감각에 민감한 딸은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을 유독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따뜻한 갈색톤에 퍼 장식을 더한 두 번째 가방을 떴다. 🤎

이번에는 크기도 넉넉하게,
그리고 팔에 닿는 촉감까지 고려해
한 땀 한 땀 더 섬세한 마음을 담았다. 

 

딸은 그 가방을 들고
햇살 좋은 오후,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곤 했다. 
아이의 어깨 위에서
가방은 작은 세상을 담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해.
어느덧 키도 쑥쑥 자라고,
말투와 표정에서도
조금씩 '어른스러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

세 번째 가방에는
작은 네잎클로버 장식을 달았다.
🍀

 

 

“행운이 딸과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록빛 실을 고르고
작은 모양 하나하나를 정성껏 떠내려갔다.

 

 

완성된 가방을 본 딸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이거 진짜 행운이 올 것 같아! 엄마 진짜 잘 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그날 이후,
가방은 단지 물건을 담는 용도를 넘어
작은 부적처럼 딸의 어깨 위에서 빛났다.

 

 


 

 

그리고 올해,
딸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

어느새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잘 챙기고,
때때로는 엄마를 놀라게 할 만큼
성숙한 말을 건네기도 한다. 

 

나는 문득,
가방을 만들던 밤들 사이로 흘러간 시간을 떠올렸다. 

 

“어쩌면 이게, 딸아이를 위한 마지막 가방이 될 수도 있겠구나.” 😌

 

 

앞으로는 친구들과 함께 고르고,
자신만의 스타일과 취향으로 꾸미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 

내 손끝에서 태어난 가방은
그렇게 천천히,
아이의 어깨에서
아이의 마음속 어딘가로
조용히 자리를 옮겨가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네 개의 가방 속에는
엄마의 서툰 손길과
매년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이
정갈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담겨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딸아이에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위해 실을 고르고,
처음 바늘을 쥐어보는 날. 

 

그때, 그 아이도 알게 되기를.

가방이란,
단지 물건을 담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시간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