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딸아이는 자꾸만 말을 아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입을 다문 듯한 표정.
초등학교 6학년, 엄마와 함께 방을 쓰고 함께 잠드는 일상이 오래된 익숙함이라 여겼지만,
아이에게는 조금씩 다른 무게로 다가오고 있었던 걸까.
"엄마,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조용히 흘러나온 한마디. 그 말이 내 마음을 툭 건드렸다. 아직 작지만, 마음은 어느새 자라난 딸에게
'혼자만의 시간'과 '혼자만의 장소'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잠잘 때 엄마와 대화하는게 최고로 좋다는 딸!! 조금 더 아이와의 시간을 갖고 싶어 생각한게,
마음만은 온전히 딸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거실 한켠, 해가 잘 드는 창가 옆에 작고 아늑한 텐트를 하나 펼쳤다. 귀여운 고양이 귀가 달린 분홍색 텐트.
딸의 마음을 꼭 닮은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공간이었다.
텐트 안에는 딸이 좋아하는 책들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동화책, 만화책, 미스터리 소설까지—마치 작은 도서관처럼.
한쪽 구석에는 포켓몬 인형들이 나란히 누워 있다. 딸이 가장 아끼는 꼬부기, 이브이, 그리고 작고 하얀 물개 인형까지.
그 친구들이 딸을 토닥이고 감싸주는 듯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가방을 벗자마자 그곳으로 들어간다.
지퍼를 잠그고 문을 닫으면, 바깥의 소음은 사르르 멀어진다.
텐트 속에서 책을 읽거나, 인형과 속삭이며, 혼자만의 세상을 누비는 딸의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다.
때로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고요한 숨소리만 감돌기도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필요한 건 그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마주하고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기만의 작은 세계였다는 것을.
작은 텐트 하나가 만들어준 큰 변화.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건 단지 책 더미와 인형들이 아니라,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딸의 내면이다.
그 공간이, 그 시간이, 딸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언젠가 아이가 훌쩍 자라 이 텐트를 떠나더라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 작고 아늑한 고양이 텐트가 펼쳐져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