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13살, 책으로 자란 아이, 7,454권의 성장기록

딸이 처음 책을 펼쳤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또 한 권의 책을 딸에게 건넵니다.
책 한 권이 아이의 하루를,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으로 자란 아이, 7,45권의 성장기록
카페에서 책 읽고 있는 13살 딸

 

 

어릴 적, 우리 딸에겐 특별한 장난감이 필요 없었다.
또래보다 말도 느리고 발달도 더뎠지만, 책만큼은 유독 좋아했다.

다른 아이들이 놀 때, 딸은 책장을 넘겼다.
아직 글도 모를 무렵, 그림 하나에 웃고 집중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외향적인 성격이라 뛰어노는 걸 좋아했지만,
도서관에선 달라졌다.

두 시간 넘게 가만히 책에 몰입했다.
책은 아이만의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파트 도서관에 자주 갔다.
유아 전용 공간은 없었지만, 아이는 조용한 그곳을 좋아했다.

소리라도 날까 조심했지만,
책에 빠진 딸을 보면 마음이 녹았다.

조금 더 크고 나선 유아 전용 도서관에도 다녔다.
평소엔 산만해도, 책 앞에선 눈빛이 반짝였다.

작은 의자에 앉아
그림을 따라가며 상상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


 

거실에 놓여있는 책을 읽는 딸
거실에서 책 일고 있는 딸

 

집에서도 책은 놀잇감이었다.
거실에 책을 펼쳐두면, 딸은 그 사이에 누워 읽기 시작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하며 웃고,
책장을 끌어안기도 했다.

우리 집 거실은 매일
새로운 세계가 되었다.


책으로 한글을 익히고,
영어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아도,
아이는 책으로 자라났다.

차 안에선 영어 동화를 틀고,
알파벳 자석으로 단어를 만들며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게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며칠 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대출 기록을 확인했다.

7,454권.

모든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
그 숫자에 담긴 시간이 가슴을 울렸다.

읽다 만 책도,
여러 번 다시 읽은 책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아이 마음을 키웠다고 믿는다.


이제 딸은 13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줄고,

관심사는 친구, SNS, 영상으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다.
예전처럼 책을 열심히 읽진 않는다.

빌린 책을 반도 못 읽고 반납할 때도 많다.

그래도 딸은 말한다. 


“책 읽기가 내 취미야.”

 

그 한마디에
가슴이 찡해진다.

책은 여전히
딸아이 마음속에 살아있다.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지금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 한 권을 고르기 위해.


책은 아이를 키웠고,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책이 친구처럼, 선생님처럼 곁에 있어주기를.

혼자일 때도 책이 위로가 되길.
삶이 흔들릴 때,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길.


그렇게
아이 인생 곳곳에 책이 함께하길,
오늘도 소망한다.